만남 그리고 이별
1992년 5월10일 상영 영화: 수잔 브랑크의 아리랑 *임권택 감독
1992년 10월 30일 대구 세계영화제 감상문 부문: 대상 수상 상품으로 TV 수상기 받음
<만남 그리고 이별>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만남이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태어남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부모와의 만남 그리고 가족 친지와의 만남은 유년기의 행 불행을 결정짓게 하는 매우 중요한 만남이다. 점차 자라면서 친구와 스승의 만남이 있으며 이로 인해 인생의 참 의미와 장래의 진로가 결정된다. 또 청춘기에 만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동고동락할 배우자와의 만남이 또한 중요한 만남이다.
여기에 가난한 부모와의 만남으로 인해 뼈아픈 이별과 불행한 유년기를 보내야 했던 '수잔 브랑크'의 슬픈 이야기가 있다.
T.V화면을 통해 방영 되었던 수잔의 일생을 영화화한 '수잔브랑크의 아리랑'은 온 가족이 함께 봐야할 영화였다.
4살의 어린 나이에 생모와 이별하는 장면을 보고 딸아이와 난 서로의 입장이 되어 비 오듯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난 어린 딸을 보내며 가슴 저미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엄마의 마음이 되어 눈물을 흘렸다. 중학생 딸아이는 부모 잃은 어린 '유숙'의 슬픔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그의 입장이 되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린 유숙이가 낯선 문화권에서 생소한 얼굴들과 적응해 가며 머나먼 모국 땅을 그리는 그 애처로운 모습을 볼 때, 한 편의 드라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현실임에 치가 떨렸다.
유숙이가 수잔브랑크라는 이름으로 구박을 감내하는 장면은 어미 된 입장에서 볼 때 눈과 귀를 막고 싶었다. 양모의 구박을 감내해야 했던 슬픈 이야기는 해외 입양이라는 미명아래 인력 수출을 하고 있는 어른들에 의해 기인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옛 부터 '동방 예의지 국'이라 이름 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이 만드는 공장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니 모두가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오명을 씻기 위해 기성세대들이 나서야 할 때다.
해외 입양아들은 구박을 견디다 못해 버린 친부모에 대한 복수심이 싹튼다고 한다. 어떤 입양아는 친부모를 만나면 침을 뱉고 복수를 하겠단다. 이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물론 버린 부모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느냐고 말 할 수 있으나 그런 무책임한 말로서 자위할 때는 아닌 것 같다.
확실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모라야만이 아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무분별한 성 생활과 성윤리. 퇴폐 향락주의, 이 모든 복합 요소를 우리 사회가 치유 할 때다.
스웨덴 양부모 밑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매질과 멸시를 받던 '수잔'은 18세가 되어 양부모 곁을 떠나 독립하게 된다. 그리고 무절제한 남자관계로 또다시 제2의 수잔을 잉태하는 등 비극이 연속된다.
의지할 곳 없는 수잔이기에 무분별하게 남자를 사랑했고 또 임신했다. 그로 인해 남자에게 버림받고미혼모가 되기에 이른다.
친부모. 양부모. 사랑하는 애인에게서 버림받은 수잔은 외로움에 떨며 자살을 기도 했다. 결국은 실패로 끝나고 한 줄기 빛에 인도되어 예수님을 만나게 됐다. 한국인 장 목사님을 통해 참 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목사님의 주선으로 한국인 취재팀을 만나게 되어 꿈에 그리던 생모와의 상봉이 이루어지게 된다.
육친을 그리워하고 또 원망하던 수잔은 생모와 형제들을 만나 포근한 조국의 품에 안기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원망했던 부모를 만나고 자식을 보내야만 했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잘 사는 나라 한국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10만이 넘는 아이들이 해외 입양을 떠난다니 이런 모순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 우리들은 그들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인가!
우리의 아이를 우리 손으로 키울 수는 없을까? 매년 증가되는 미혼모는 현 교육으로는 치유될 수 없을까?
많은 의문을 던져주는 이 영화는 청소년과 기성세대들이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겠다. 또 이 영화를 통해 해외 입양을 떠나는 우리의 생명들이 구제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완전 개방된 외국의 청소년 문화. 먹고 마시고 즐기는 퇴폐 문화는 우리 사회에 이미 깊숙히 침투되었다. 그로 인해 무분별한 쾌락을 추구하게 됐고, 이런 쾌락의 결과는 바로 수잔브랑크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준다.
특별히 스웨덴 현지 로케이션과 외국인과의 합작 연기로 생동감을 줬으며 화면을 통해 외국의 문화를 접할 수있는 계기가 됐다.
현지인 못지 않은 언어를 구사하는 주인공 여배우의 연기 또한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