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

류귀숙 2017. 9. 18. 19:19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

 '게이랑에르' 피오르드가 창밖으로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지고 있다. 바로 신비의 세계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숙연해진다. 산과 산 사이 V자형 계곡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신선이라도 된 양 높은 산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 줄기를 바라본다. 높은 산에서 묘기라도 부리듯 낙하한 폭포수는 가쁜 숨을 돌리고 바다로 들어가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 피오르드란 빙하가 녹으면서 주위의 흙들을 휩쓸고 내려간 흔적들이 만들어낸 계곡 아닌가? 태고적부터 만년설이 쌓이고 쌓여 빙하가 됐다. 그 빙하가 온도차로 인해 녹으면서 주위의 지면을 훑고 내려갔다. 그런데 어쩜 그 빙하가 이렇게 아름다운 계곡을 만들었을까? 어느 인간이 이런 계곡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노르웨이에는 특히 피오르드가 많다. 가장 아름다운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선두로 가장 긴 '송네'피오르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피오르드가 죽 이어져 있다. 그러니 천지 사방이 절경이다. 절경에 취해 어디다 눈길을 줄지 모르겠다. 산과 계곡, 절벽, 폭포 등이 함께 어우러져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창밖에 펼쳐진 장관을 보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한 장면이라도 더 잡으려 애쓰고 있을 때였다. 그때 귀에 익은 아름다운 선율이 귀 속으로 파고든다. 여고시절 자주 불렀던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 '솔베이지의 노래'가 오늘 따라 처연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곡을 작곡한 사람이 노르웨이인이란다. 작곡가 '그리그 에르바트르'는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의 배경 음악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입센'은 또 누군가? 푸르던 시절 입센의 '인형의집'을 읽고 '노라'의 과감한 행동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나? 이 두 사람이 모두 노르웨이 사람이라니! 자연이 아름다우니 훌륭한 인물이 나나 보다. 뒤를 이어 솔베이지의 노래에 얽힌 슬픈 사연이 소개된다.

 시골 마을에 '솔베이지'라는 처녀와 '페르귄트'라는 청년은 사랑하는 젊은 부부였는데 가난을 이기려고 남편은 돈을 벌기위해 객지로 떠난다. 그 후 돈을 벌어 오다 해적에게 뺏기고 만다. 남편은 고향으로 오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젊음을 다 보내고 말년에 고향을 찾아 그곳에 묻히려고 돌아왔는데, 고향집에서 백발이 된 솔베이지를 만난다. 행복도 잠시 뿐 남편 '페르귄트'는 아내의 무릎을 베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런 내용이 주가 된 솔베이지의 노래! 그래서 이 노래만 부르면 슬펐구나!

 입센은 그리그에게 '페르귄트' 연극의 배경 음악을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다.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반대로 창밖은 찬란한 태양 아래 산뜻한 바람이 분다. 공기부터가 다르다. 또 절경의 연속이다. 이때는 '요들송'이라도 불러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야하지 않을까? 가이드는 노르웨이의 유명 작곡가와 소설가를 소개하려고 슬픈 곡조를 흘린 것 같다.

 이번엔 계곡 마을의 걸작인 플롬으로 향했다. 플롬 역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계곡을 기어 올라야한다. 스위스에서 '융프라호흐'를 타고 알프스를 올라본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이번엔 어떤 감동을 받을까? 잔뜩 기대가 된다. 작은 마을의 플롬역이 낭만적이다. 빨간색 지붕의 역사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간이역 같이 보인다. 또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면 차에 오른다. 참 재미있다. 20KM구간을 '플롬바나'라는 산악 열차를 타고 서서히 오른다. 주변 경관도 피오르드의 아름다운 계곡이고 특히 많은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 알프스에서의 풍경과는 다르다. 계곡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면서 100만년의 세월을 느껴 본다.

 다음으로는 이런 피오르드를 만들어 냈던 그 원천지 빙하가 살아있는 곳으로 향했다. 봐이야 마을로 가서 '봐이야' 빙하를 볼 것이다. 마을이 점점 가까워올수록 싸늘한 공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렇게 계절적으로 한여름인데도 녹지 않고 태고의 그 빙하를 유지하고 있단다. 머리에 흰 눈을 뒤집어쓴 산들이 죽 늘어서 있다.  만년설 같이 보이는 데 그것과는 다르단다. 만년설은 알프스나 중국 천산 산맥에서도 본 적 있어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다. 이곳은 만년설이 얼고 얼어 빙하가 된 것이란다. 그러니까 만년설에서 빙하가 되기까지는 수 억 년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니 빙하와 만년설은 구별되지 않았다. 2Km떨어진 피얼란드 빙하 박물관에서 비로소 알게 됐다. 그 곳에서는 20분짜리 영상을 돌려서 빙하가 생성되는 과정을 알려줬고, 실지로 그 곳에서 채취한 얼을 덩어리를 만져보게 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5300년 전의 인간이 빙하 속에서 발견됐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접경 부근에서 발견됐는데 부패되지 않고 냉동 상태라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탐험가에 의해 발견됐다. 여기에 있는 것은 실물과 거의 닮은 모조품이다.

 지금 자꾸만 빙하가 녹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재앙으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간다고 하니 먼 훗날에는 빙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 중 북극곰도 멸종 위기에 있다. 이 박물관에는 캐나다 북부에서 포획해 온 북극곰이 박제되어 전시돼 있다.

 이젠 피오르드를 벗어나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수도 '오슬로'로 향했다. 지금까지 자연이 빚어낸 경관에 젖어 있다가 이 나라 사람이 만든 예술품을 보러간다. 세계적인 조각가 비겔란의 조각품이 전시된 '비겔란' 조각 공원에 들어섰다. 이곳의 조각품은 비겔란의 후기 작품으로 기념비적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 규모부터가 놀랍다. 입구와 다리, 분수, 원형 계단, 모자이크 모양의 미궁과 숲을 이루고 있는 석상들을 비롯해 200개가 넘는 조각품들이 있다. 이 모든 작품을 작가가 설계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270t에 가까운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 하나로 조각해 놓은 17m높이의 모노리스는 놀랍다. 여기에 121개의 조각상들이 36개의 군상으로 이루어졌다. 그 군상들은 인생 여정을 나타낸다. 탄생,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죽음을 다루고 있다.

 이 나라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에 못지 않은 인물들이 이 나라를 빛내고 있다. 복을 듬뿍 받은 나라라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