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그 천년의 향기 하늘을 품다
칠곡, 그 천년의 향기 하늘을 품다
하빈 류귀숙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지도 한참 지났다. 한 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오늘은 모처럼 시간을 내서 아침 일찍 함지산을 찾았다. 운암지를 감돌며 함지산으로 향하는 길이 싱그럽다. 올해는 봄비가 잦아 운암지의 물이 찰랑찰랑 넘친다. 운암지 옆 실개천도 마르지 않고 졸졸 흘러내린다.
여름을 맞은 함지산이 태반처럼 아늑하다. 청량한 바람과 풀냄새, 꽃향기까지 덩달아 마중 나온다. 여기다 새소리까지 함께하니 행복이 한 바구니에 철철 넘친다.
입에선 절로 노래가 나온다. 이름 하여 '함지산 아리랑'이다. '아리아리 함지산, 쓰리쓰리 푸른산…' 덩실덩실 어깨춤 따라 발걸음도 가볍다.
함지산 정상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심호흡을 해 본다. 눈앞에 마주한 산들이 병풍을 두른 듯 정답게 다가온다. 또 아래를 굽어보니 금호강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지금은 아파트로 밀림을 이룬 '팔거들'을 바라보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칠곡이 1,2,3 지구로 택지 개발이 되고부터 자취를 감춰버린 '팔거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지금쯤 보리가 누렇게 익어 황금물결이 일렁이겠지….
팔거천을 젖줄로 삼은 팔거들이 아파트 숲에 자리를 내 준 그 이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본다.
동으론 팔공산, 남으론 금호강, 북으론 가악을 끼고 서로는 금오산을 어깨로 삼아 터 잡은 이곳 칠곡! 여기에 천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가 서 있는 이 곳 함지산에도 '팔거산성'의 유적이 있고, 곳곳에서 천년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나는 과거 천년과 미래 천년의 중심에 서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문을 열어야한다.
옛 부터 칠곡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유민들이 남하하는 통로였다고 한다. 나 또한 남편 직장 따라 경북 북부지방을 구름처럼 떠돌다 30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처음엔 대구 시민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기뻤다. 그러나 시내 쪽으로 이어지는 교통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금호강이 떡 버티고 있어 교통 불편을 감내해야했다. 팔달교 다리 하나가 겨우 시내를 연결해 주는 통로였다. 시내에 한 번 가려면 2시간 이상 지체되는 건 보통이었다. 오죽하면 택시 기사도 팔달교 북쪽은 오지 않겠다고 했을까. 더 큰 문제는 애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일어났다. 칠곡엔 고등학교가 없어 강 건너 시내로 통학하려고 매일 전쟁을 치러야했다.
새벽에 일어나 등교하고 밤늦게 하교하는 악순환으로 애들은 지쳐갔다. 그때는 이 지역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게 됐다.
그러나 고생의 끝이 쉬 돌아오고 있었다. 신천대로가 개통됐다는 반가운 소식에 이어 제 2 팔달교가 개통 되고, 국우터널까지 개통되었다. 드디어 교통지옥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불만의 콩깍지를 벗어버리고 바라본 칠곡은 살만한 고장이었다. 곳곳에 숨어있던 장점들이 보물찾기에서 모습을 드러내듯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팔공산이 이웃에 있고, 함지산, 명봉산이 지척에 있으니 등산 코스론 그만이다. 우리 아파트 바로 뒷산이 구수산인데 여기에 구수산 도서관까지 들어섰으니 배우고 익히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칠곡에 살면서 긍지를 느끼게 됐다. 이제는 서울도 부럽잖고, 수성구도 부럽잖다. 시골스런 자연을 마음껏 즐기며 편리한 도심의 생활도 누릴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복에 복이 더해져 지상철 3호선이 개통됐다. 이는 흥부의 바가지 속에서 나온 보물보다도 더 소중하다.
팔거천 주위의 산책로엔 날이 밝기가 무섭게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발걸음도 가볍게 팔은 앞뒤로 흔들며 걸어 본다. '에야 디야 좋다 좋아 함지산 아리랑…,'
이제는 이곳을 제 2의 고향이라 생각하고 이곳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이 어깨를 누른다. 나는 지금 선조들이 닦아 놓은 천년의 역사 위에 서 있다. 조상의 유산으로 이렇게 복을 누리고 있으니 앞으로 천년의 역사를 열어야할 임무가 주어졌다고 본다.
천년을 이어갈 이 땅을 깨끗한 환경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유교 문화의 전통을 살려 도덕이 살아있고 양심이 살아있는 칠곡 인으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리라.
보리가 익어가는 칠곡, 그 천년의 향기로 하늘을 품고 있다.
우리는 영원한 칠곡 인,
3호선 지상철이 하늘을 나르듯 힘찬 발돋움을 해 보자.
*2018년 7월27일 "칠곡천년 기념 백일장" 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