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번 여행은 싱가포르에다 샌드위치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붙여서 가는 여행으로 짜여져 있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또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그러니 곁의 두 나라는 점 한, 둘 찍고 나오는 정도라 아쉽긴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자 하는 욕구에 부응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가장 가까운 나라로 다리 하나만 건너면 국경선을 넘게 된다. 두 나라는 조호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다.
싱가포르는 물가가 비싸고 상대적으로 말레이시아는 물가가 싸기 때문에 20만이 넘는 사람들이 이 다리를 통해 출퇴근한다. 살림집은 말레이시아에 두고 직장은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면서 매일 출근 전쟁을 치른다고 한다. 그 때문에 우리 일행에게 문을 연 것도 많은 시간을 먹은 후였다.
수도인 콸라람푸르 다음으로 큰 도시인 조호바루에 도착했다. 아마 이 도시가 가장 가까워서 리라. 여기서 현지 가이드를 만났는데, 중국계 말레이 인으로 이름을 凱萍(Kai ping)이라 부른다고 한다. 한국말을 제법 잘 했으며 한국 노래도 곧잘 불렀다.
깜풍마을
이 마을은 말레이 원주민들이 사는 동네로 나무로 만든 집들이 허술하게 보였지만 평화스러워 보였다. 마을 앞에는 여행객을 위한 아담한 건물이 있었는데 거기서 전통악기 연주가 있었다. 악기 이름은 "앙클롱"이라 했는데 속이 빈 대나무를 각각 길이가 다르게 잘라서 음계를 만들었다. 통통 두드려 소리를 내는데 악기 소리가 매우 청명해서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 또르르 굴러가는 느낌이다. 악기 연주가 끝나고 바로 옆의 작은 무대에서는 전통무용 공연이 있었다. 작은 몸짓과 발짓만으로도 음악과 잘 어울렸다. 마지막엔 우리 일행 15명도 무대에 올라가 춤을 추었다. 여기에 맞추어 아리랑이 연주됐다. 친구들은 모처럼 팔다리를 휘저으며 흥에 젖었다. 그 옛날 운동회 때 고전 무용하던 때가 생각난다.
회교사원
다음은 말레이시아에서 유명한 "술탄아부바카르 모스크"를 관람했는데 특이한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가이드는 유럽과 이슬람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져 있다고 했다. 꽤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이다.
작은 가게에서 이 지방 특산물인 열대과일 말린 것을 사 들고는 다시 싱가포르로 향했다. 마치 싱가포르에 내 집이라도 있는 듯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는 이슬람의 규율에 대해 알려 줬으며, 인사말도 가르쳐 주면서 나름 열정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서 훼리호를 타고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이번엔 배를 타고 들어가게 돼서 한결 다채롭다.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훼리호가 신나게 달린다. 이 나라를 구경하고 나면 또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갈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발리 섬이 대표적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의 일정은 바탐섬이다. 입국 절차도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현지 가이드의 인상도 좋았다. 아담한 몸매에 가무잡잡한 피부의 가이드는 한국말을 잘 했다. 특히 유머러스한 경상도 사투리까지 곁들이니 귀엽다는 느낌이 든다. 이름도 한국 냄새가 풍기는 '만복'이란다. 동남아 여러 나라에 불어 닥친 한류 열풍이 이곳 인도네시아엔 더욱 거세게 불어왔나 보다.
가이드가 전하는 바로는 한국어 배우는 열풍이 진작부터 불고 있으며,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가이드하는 일이 인기가 많단다. 그들은 한국인의 환심을 사려고 이름도 '태진아' 남진' 설운도'등의 예명을 짓는다고 한다.
만복 가이드의 꿈은 고향인 슈마트라섬에서 한국어 학원을 경영하는 것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워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점은 자랑할 일이다. 이제 우리 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다.
2일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투숙할 호텔은 바닷 가에 위치한 HARRIS RESORTC(해리스 리조트)라고 수영장을 곁들였으며 수목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친구들은 들뜬 마음으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을 점령했다. 수영복이 없는 몇몇은 해변 가를 거닐며 낭만을 만끽했다고 자랑이다.
이번 여행에서 2일이나 싱가포르 호텔에서 묶는 일정인데 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이곳에서 3일을 묵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인도네시아에서 잘 알려진 발리섬 외에 빈탄섬이 있고 그 다음으로 바탐섬이란다.
바탐섬에서도 원주민 마을 관광이 있었다. 동네 앞에서 버스가 멎자 아주 몸집이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손을 잡으면서 "엄마. 약속해요."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건다. 이 어린것에게 한국말을 가르친 의도가 뭘까? 친구들은 귀엽고 불쌍해서 모두 손가락 약속을 했다. 무슨 약속인지도 모른 채….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마을 입구로 나와서야 약속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 어린 것들이 바나나를 들고 나와서 "엄마 약속했잖아, 바나나 사요," 라고 했다. '아차! 속았구나!' 싶었으나 작고 앙증맞은 모습에 모두들 한 송이 또는 두 송이씩 샀다. 그때 그늘에 앉아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그들의 엄마들이 보였다. 애들을 앵벌이로 내 보낸 엄마들은 하나같이 뚱뚱하다. 씁쓸한 마음으로 그 마을을 떠나는데 발걸음도 무겁다.
다음으론 일정에 있는 발마사지를 취소하고 거기다 5불씩 얹어서 소발리 해변으로 향했다. 가이드의 수입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모두들 그걸 원했다. 이곳은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아마 계절이 2월이라 그런가? 우리 일행은 조용한 가운데 우리끼리 즐기며 한때를 보냈다.
이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온 지 한참 된 나이라 우리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것은 매우 뜻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저녁은 인도네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수영장 옆에 모여서 지난날의 찌꺼기들을 바닷물에 씻어버렸다. 이제 노년기에 들어서서 마지막 남은 열정을 발산하는 저녁노을이 되겠다고 손에 손을 잡고 다짐했다. 흥이 가라앉지 않아 수영장 옆의 공터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밴드가 오겠다는 걸 많은 돈을 요구하기에 취소했다. 마침 창을 배운 친구가 창을 하고 우리들은 춤을 췄다.
싱가포르로 돌아가는 훼리호에서 생각해 보니 어제 저녁 우리들의 놀이가 외국인들에게 빈축을 사지 않았나? 걱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