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강은 알고 있겠지.
다뉴브 강은 알고 있겠지.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왔는가? 이 많은 물들이….
도나우 강은 알고 있겠지?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또 얼마나 힘들게 모이고 모여서 오늘의 강이 됐다는 것을…. 좁은 골짜기를 지나고 낭떠러지에서 곡예사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부딪치고 깨어지며 흘러온 강이 아니더냐! 중국 고서에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라는 말이 있다. 이는 큰 강과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라지 않기 때문에 그 깊음을 성취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문득 거대한 량의 물을 품은 도나우를 보면서 생각나는 문구다. 그동안 한 방울의 빗방울조차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 모아 큰 물줄기가 되었다.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도나우 강에 온 몸이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멀리 독일 남부를 횡단한 뒤 오스트리아 복부를 지나 이곳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온 것이다.
시의 중앙을 도도히 흐르면서 부다와 페스트를 가르는 역할을 과감히 해내고 있지 않은가?
빛나는 강위에 걸쳐진 '세체니 다리'도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무지개가 걸린 듯 높다랗게 걸려 있다. '도나우 강의 잔물결'이라는 '이바노비치'의 곡이라도 흘러나온다면 더욱 감미로운 야경이 될 것이다.
오늘 비로소 강위에 배를 띄우고 시내를 휘둘러본다. 어제 '겔레르트'언덕에서 주위에 우뚝 솟은 국회의사당, 마차시 성당, 어부의 요새들을 훑어봤는데, 오늘은 불빛에 빛나는 헝가리 시가지다. 거대한 국회의사당이 더욱 돋보인다.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뾰족한 첨탑은 1년 365일을 상징하고, 여기에 역대 통치자 88명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이 나라도 수난의 역사야 왜 없겠냐만 배를 타고 바라본 시가지는 아름답기만 하다.
밝은 날 찾은 '코슈트'광장엔 부다페스트 대학생과 시민들이 소련군의 철수를 외치며 총탄에 쓰러져갔던 아픈 역사가 배어있다. 또 어부의 요새와 위용을 자랑하는 마차시 성당도 헝가리에서는 중요한 문화재다. 하얀색 어부의 요새에는 고깔 모양을 한 7개의 탑이 특이하다. 이는 건국 당시의 7부족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요새는 도나우 강 어부들이 적의 침입을 막은 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부들이 나서서 나라를 지키는데 한몫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어부의 요새는 헝가리 애국정신의 상징이다. 옛날(19세기)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어부들이 도나우 강으로 기습하는 적들을 막아냈던 장소다. 이 외에도 외세로 인해 절명의 위기를 당했던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다. 어부의 요새 중앙에 우뚝 선 동상은 헝가리 왕국의 시조인 '슈터판'왕의 청동 기마상이다.
지금은 자유의 나라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찾는 나라가 됐으니 앞으로의 헝가리는 희망으로 뻗어 갈 것이다.
거리에는 젊은 청년들이 비어바이크를 타고 달린다. 신기하다! 헝가리 천년 역사의 위대한 인물 14명을 기리기 위해 만든 영웅광장 앞은 시가지의 중심이라 번화가다. 거리에서 비어바이크를 타고 그 영웅의 후예들이 달린다. 신기한 듯 관광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6-7명의 청년들이 마차 비슷한 모양의 비어바이크의 폐달을 힘차게 밟고 있다. 마차의 중앙에는 맥주 통이 한 통씩 있고,앞 좌석에는 리더급의 청년이 앉아있다. 폐달을 밟아야 맥주가 관으로 올라와 마실 수 있단다. 맥주도 마시고 운동도 하고 멋지다. 젊은이들의 싱그러움이 14명의 영웅의 기를 받아 더욱 싱싱하다.
다시 도나우 강 가를 걸으며 이 동유럽의 역사를 품고 흘러가는 도도한 물줄기를 바라본다.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헝가리를 흐르는 도나우는 이제 세르비아를 지나고 루마니아를 거쳐 흑해로 들어가 강의 운명을 마칠 것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도나우 강은 현재를 실어가고 또 미래를 실어 나를 것이다. 바이크의 폐달을 밟는 힘찬 기운이 미래를 이끌어 갈 이 나라의 기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