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조
물(자유시)
류귀숙
2011. 8. 6. 08:05
물
언제나 낮은대로만 흐르는 그대여
찢겨진 산하를 향하여
세월을 가로 질러
엎드려 엎드려
디딤돌 사이로
흩어 졌다 합쳐 지며
눈물 머금고 홰를 치며 걸어 왔네
금이 간 역사 앞에
티끌 같은 더러움을 뒤엎으며
이 땅의 진실과 푸르름을 키워 가며
언제나 가슴으로 안았네
이제는 병들어 눈꼽 낀 눈으로
이 가슴을 볼 수 없네
내 가슴에서 떠나 가는 하이얀 고깃 떼와
목마름의 나무들.
아우성 치는 사람들.
아 조국이여! 빈 손으로 가난함으로
순수의 눈을 주소서
투명한 가슴으로 진실을 말하게 하소서
낮은데로 흐를 수 있는 겸허함도
1994년 3월 1일 만해(한용운) 백일장 출품작 : 소재( 물 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