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조가 있는 세계여행(체코 프라하)

류귀숙 2019. 6. 1. 08:49

  시조가 있는 세계여행(체코 프라하) 

당신의 곁에 있는 개에게만 알리겠다

 

 계절은 이미 봄이 왔다고 선언했는데. 그러나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숨바꼭질하듯 어느 날은 고개를 삐죽이 내밀다가  다음 날은 자라목처럼 고개를 움츠린다. 창을 열면 봄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데또 뒷걸음질이다. 심술궂게 변덕이 한 달이나 계속되던 5월 초 어느 날, 꿈에 그리던 프라하로 향했다. 체코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부터는 내 몸은 어느새 풍선이 되어 둥둥  떠갔다. 프라하의 봄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프라하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싸늘한 기운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봄의 기대가 눈발 속에서 허물어지는가했다. 그래도 벼르고 벼르던 봄맞인데 이 정도의 추위야 옷깃에다 싸안으면 되는 거다. 호텔에 짐을 풀고는 두꺼운 옷으로 무장하고 밖으로 나왔다. 프라하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 자유를 외쳤던 그 날을 생각하면 추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바츨라프 광장! 진눈깨비 속에 젖어 있는 광장 곳곳에서 그날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공산 통치의 종식을 외치며 자유를 갈구했던 시민들의 항거가 휘청이던 체코를 일으켜세웠다. 이제 프라하는 암울했던 공산 통치의 멍에를 벗고 찬란한 봄을 맞았다.

 그때가 1968년이었으니 50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나라든 수난의 역사가 없을 수 있겠냐만 이런 시기에는 지도자가 바로 서야 하는 것이다. 소련주도의 공산정치에 항거했던 '둡체크'공산당 제1서기가 도화선이 됐다. 진퇴를 거듭하다 결국 198911월 무혈혁명인 '벨벳혁명'으로 체코는 완전한 봄을 맞았다. 이렇게 자유를 누리게 된 것도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다. 끈질긴 투쟁 끝에 얻은 자유다.

 오늘 이 빗속의 바츨라프 광장은 내일이면 태양 아래 있을 것이다.

  마침 어제의 불청객이 물러나고 오늘은 파란 하늘이 보이는 제법 봄다운 날씨다. 어제 바츨라프 광장에 이어 오늘은 까를교에 왔다. 까를교가 중심이 돼서 바라본 구 시가지와 반대편 프라하 성, 그리고 도도히 흐르는 볼타바강. 아름다운 프라하의 모습이다. 내가 서서 바라보는 시점이 오늘 날이 아니고 중세의 어느 시점 같다. 우뚝 솟은 빌딩들은 모두가 중세풍의 건물이며 사실 중세에 지어진 건물이 대부분이다. 그 옛날의 영화를 까를교 다리에서 바라보며 프라하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구 시가지의 모습이 아름답다. 건축물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수준 높은 건축물들이 구 시가지에 고즈넉이 앉아있다. 시내 중심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일 정도로 역사가 깊은 도시 프라하!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볼타바강과 그 위에 걸쳐진 까를교는 환상적이다.

 구시가지는 볼거리 집합소다광장 주위로 위용을 자랑하는 중세 건물들이 하늘을 찌른다. 특히 구 시청사의 시계탑이 명물이다. 정시만 되면 특별한 퍼포먼스가 있다. 시계 창으로 동물이나 괴물, 마귀 모양의 인형들이 나타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정시엔 종을 친다. 옛날 교회 종소리와 닮았다. 이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구시가지의 많은 건물들 중에서 고딕 양식의 쌍둥이 첨탑이 있는 '틴 성당'  체코의 자존심으로 서 있다. 17세기 화약 창고로 사용되었다는 화약 탑은 검은 첨탑이 뾰족하게 화살촉을 연상케 한다.

 까를교는 여러 개의 다리 중 가장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정평이 나 있다. 프라하의 전성기를 이끈 '카를4'가 놓은 다리다. 600년이 지난 다리라고 한다. 이 다리의 특징은 다리의 시작과 끝에 탑이 있다. 다리를 건너려면 이 두 탑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엔 통행료를 받기 위해서다. 17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300년에 걸쳐 제작된 성인 상도 볼거리다. 그중 '성요한 네포무크'신부상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신부는 '바츨라프 4'가 왕비의 부정을 의심하던 중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한 사실을 알게됐다. 왕이 고해성사 내용을 말하라고 압박했으나 신부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신부는 왕을 향해 "당신의 곁에 있는 개에게만 알리겠다.'고 하며 거절했기 때문에 참혹하게 고문 당한 후 강물에 던져졌다. 조각상 밑단에 그의 순교 장면이 묘사된 부조가 있는데 이걸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많은 사람이 만져 반질반질 빛나는 부조를 나도 만지며 인증 샷을 찍었다.

 지난날의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까를교에선 음악과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거리의 악사가 연주를 하고,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도 한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밤에 바라본 프라하의 야경은 환상적이다. 여기에 시내를 달리는 트램을 타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트램은 우리의 시내버스와 지상철의 중간쯤이랄까? 철로 위를 달리는데 유럽에서는 이런 트램을 자주 볼 수 있다.

 봄을 맞은 프라하는 활기차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낭만이 넘치는 도시다. 이 낭만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쌓은 프라하 성에 올랐다. 굽어본 프라하는 중세의 어느 도시 같다. 중세의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전적 도시 프라하, 이를 지키고 지배하기 위한 프라하성!

 프라하성은 9세기 말 경 '보리보이'공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이 성 또한 유럽에서 가장 큰 성채란다.

 성 내부의 '성 비투스'대성당은 모두들 탄성을 지르게 한다. 어떤 이는 이 성당 하나만 봐도 충분히 여행 온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터키의 '성 소피아 성당', 스페인의 '성 가족 성당', 프라하의'성 비투스 성당' 이 모두가 인간이 만들었다고 할 수 없는 신의 경지다. 이 성은 1989'벨벳 혁명' 이후 개조를 거쳐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한다.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던 체코는 한 때 암울했던 겨울을 맞았으나 국민 모두의 힘으로 봄을 쟁취했다. 중세 건축 예술의 진수를 볼 수 있어, 프라하를 찾은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다. 광장에서 외치던 자유를 찾는 목소리가 아직도 쟁쟁히 들리는 듯하다.

 

 

                  비밀

 

           예나 지금이나 사랑에는 벽이 없었다

           가시 같은 비밀 하나 숨길 수도 있었지만

           괴로움, 고해성사로 씻을 수 있었을까

           목숨을 바쳐가며 비밀을 지켜왔던

           성 요한 신부의 넋 강물에서 반짝인다

           비밀은 개에게 말하고 싶소강물에서 들려오고

 

                                                                              <본인의 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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