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오사카, 교토, 나라 여행

류귀숙 2015. 6. 23. 15:42

    (오사카,교토,나라 3일)

*일정:2015년 6월16-6월18일까지 3일간

*항공편:BX124(에어부산)6월16일 08시 45분 김해공항 출발--10시05분 오사카 간사이공항 도착

  BX121(에어부산)6월18일 18시50분 간사이공항 출발--20시 20분 김해공항 도착

*참석:언니, 명우, 우리부부(4명) 부부와 아들 딸(4명) 진주서온 6명, 노모와 딸 외손녀(3명) 중년부부(2명) 젊은 부부(2명) 모두 21명 *가이드:김숙중(010-6287-6047)

*상품가:662,200(1인) *여행사:지구촌 항공여행사. (051-441-8111) 010-6716-5001

 

 이번 여행은 여느 여행 때의 부푼 기대감과는 달리 부담의 무게가 기대감을 주저앉혔다. 떠나기 며칠 전부터 긴장감이 뱃병처럼 사르르 몰려 왔다. 국내에서는 '메르스'가 창궐해서 20명이 넘는 사람이 죽고, 150여명의 환자가 속출 했으며 격리자도 수천 명에 달한다.

 이런 국가의 대 재앙 앞에서 선듯 여행길에 오른다는 일이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메르스' 발생국 국민인 한국 사람들을 일본인이 어떻게 볼까? 공항에서 죄인 취급 받으며 별도의 검역 시설에 들어가 체온을 재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러나 벌써 2달 전에 계획된 일이다. 또 이번엔 특별히 언니랑 언니 손자 명우도 같이 간다. 애초엔 동생네도 가기로 했는데 직장 때문에 부득이 빠지게 됐다. 그러니까 우리 부부와 언니, 명우 이렇게 4명의 가족이 21명의 여행객에 포함되어 떠나게 됐다.

 약속을 했으니 밀어붙여 보는 거다. 마침 김숙중(金淑中)이라는 출중한 가이드를 만났고, 몇 년 만에 언니와 함께 시간을 가지게 되어 기대가 되는 여행이다.

 *첫째 날: 김해공항을 출발한 에어부산 항공기가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사뿐히 내렸다. 우리들은 피의자 신분이 되어 마스크로 입을 털어 막았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저자세로 검색대 앞에 섰다. 바싹 긴장한 우리들에게 늘 있는 양팔 벌리고 검색 기계로 몸을 살피는 절차를 생략했다. 예상했던 체온 재기도 하지 않고 순순히 통과시켰다.

 예상 밖이었다. 일본은 우리의 마음을 벌써부터 알아차리고 무장해제로 우리들의 환심을 사려는 것인가? 아님 색안경을 끼고 들어오는 한국인에게 안경을 벗기고 자국의 우월성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인가? 생각이 착잡했다.

 간사이공항을 뒤로 하고 버스가 '고베'를 향해 미끄러졌다. 가이드의 해설이 시작됐다. '이 간사이공항은 바다위에 상판을 깔고 건설한 공항입니다.' 대부분의 공항은 섬이라고 하는 육지에 기초해서 세우기 마련인데, 이곳은 바다위에 세운 것이라니 놀랍다. 물위에 이렇게 큰 공항이 떠 있다니! 입이 벌어진다. 기가 팍 죽는다.

 오사카 바로 이웃에 있는 고베의 '하버랜드'로 향했다. 지금은 현대식 건물로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지만 19세기에는 창고가 즐비한 부둣가였단다. '고베 모자이크는 고베의 대표적인 쇼핑센터 건물이다. 고베는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라는데 오전에 도착한 우리들은 신시가지의 모습만 보고 오사카로 향했다. 돌아 나오는데 뒤통수를 끌어당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 초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이 하버랜드 부둣가에서 하역 작업을 하며 고된 생활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다.

 점심때 이번 여행의 중심지인 오사카로 와서 '토톰보리'에 있는 식당에서 스시 정식을 먹고 시내 관광에 들어갔다.

 먹자골목인 '도톰보리'와 쇼핑의 거리 '신시이바시'를 돌아다녔다. 저녁 식사는 쿠폰으로 자유롭게 식사하기로 했는데 가이드가 융통성을 발휘해서 일인당 1500엔씩 현금을 나눠주었다.

 자유 시간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는 이런 여행을 나는 좋아한다. 오후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기대가 됐다. 도톰보리 거리를 거닐며 우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먹으면서 거리 관광에 나섰다. '풍천각'이라는 식당이 있는 높은 건물에 올라가서 시내를 내려다 보며 여행의 자유를 마음껏 즐겼다. 길거리에서 꼬치도 사먹고 빵도 사 먹었다. 그리고 죽 이어진 쇼핑거리를 거닐어 본다. 이 거리는 그 옛날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일거리를 찾아 헤매었던 거리라는 생각을 하니 목구멍이 막혀온다. 또 굶주린 우리 백성들이 강점국인 일본에게 받았을 수모도 생각해 본다.

 신사이바시 골목엔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지난 번 뱃부에 갔을 때 배탈이 나서 큰 곤욕을 치를 뻔 했다. 그때 가이드가 건네 준 소화제 한 알을 먹고 신통하게 나았다. 그리고 멀미약도 효과가 있었다. 그때를 기억하며 대형 슈퍼로 들어갔다. 일본엔 일반 슈퍼에서도 간단한 약을 판다고 하니 그걸 사기 위해서다. 상점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찼다. 여기서는 고객이 왕이 아니었다. 대개가 중국 관광객이다. 중국 직원이 그들을 상대로 판매를 하고 있으니 온통 중국말이라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웠다.

 일본어를 모르는 우리들은 스스로 물건을 고를 수가 없었다. 만약 일본어를 조금 알았다고 하더라도 복잡해서 찾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많은 중국 관광객이 '메르스'만 아니었으면 우리나라로 향했을 텐데... 아쉬웠다. 억울했다.

 중국, 일본 양국의 각축장에서 밀려난 한국인인 나도 질 수만은 없었다. 한국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어 이때도 중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중국 직원 한 명을 불러 소화제와 멀미약, 마스크, 해열 파스를 찾아 달라고 부탁해 어렵사리 살 수 있었다. 그동안 중국어를 공부한 게 여기서도 효과가 있어 흐뭇했다.

 호텔은 오사카시에서 가까운 '사카이'시에 있는 '다아와로이넷' 호텔로 정했단다. 이 시에서는 오사카와 교토에 밀려 관광 특수를 누리지 못하자 궁여지책으로 가격을 파격적으로 다운 시켜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틀 모두 이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 호텔은 조용하고 깨끗해서 모두가 만족했다. 

*둘째 날은 사카이 시청 건물의 21층 전망대에 올라 사카이시를 조망했다. 전통 고분군이 보인다는데

  날씨가 흐려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영상으로 봤는데 고분의 형태가 완전한 원형이 아니고 앞면은 사각형이고 뒷면이 원형이었다. 가까이서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또 사카이시에서 지자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다이센정원을 관람했다. 이 정원은 사카이 공원 안에 위치해 있었는데 정갈한 나무 관리와 계회적인 조성이 자로 잰듯하다.

 사카이에는 '하모노뮤지엄'이라는 칼의 고장이 있는데, 이곳은 칼 생산이 유명하고 일본 스시 요리의 90%이상이 사카이 칼을 이용한단다. 전시된 칼들은 부엌용, 스시용, 전쟁용 등의 칼과 가위 손톱깎기 등으로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 번쩍이는 칼날로 할복을 시도했을 사무라이가 보이는 듯하고, 일본도를 차고 우리 국토를 유린했던 왜놈들의 매서운 눈빛이 보이는 듯하다.

 다음 코스로 고저늑한 고도 '교토'로 향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고대국 역사의 도시다. 영화'게이샤의 추억' 촬영지였다는 '아라시야마(嵐山)와 도게츠교(달이 강을 건너는 듯한 모습을 비유한 다리)가 천년 고도의 멋을 풍겼다. 달이 뜨는 밤이었으면 더욱 운치가 있었을 것 같다. 이 전통 거리를 오가는 인력거를 한 번 타봤으면 했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이것이 패키지여행의 단점 아니겠는가?

 전통 물건들을 팔고 있는 거리에 물건들이 즐비하다. 액세서리, 어린이 장난감, 장신구, 조그마한 그릇 종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나도 여기서 딸아이의 팔찌와 머리핀을 샀다.

 여기서도 가이드가 쿠폰 3개씩을 나눠줬는데 아이스크림과 꼬치 그리고 고사리 떡 쿠폰이었다. 우선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축였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다음으로 고치를 먹었다. 언니 식구는 지금까지 먹어본 고치 중에 가장 맛이 있었다고 극찬이다. 독특한 고사리 떡은 고사리 전분으로 떡을 만들어 콩고물을 묻힌 것인데 우리나라의 한천과 비슷했다. 모두 배가 불러 먹지 않는 것을  떡보인 내가 반을 먹고 반은 먹지 못했다.

 '노노미야진자'라는 신사 관람이 있었는데 기독교 신자인 우리 가족은 가지 않았다. 일본의 음침한 신사 문화가 거부감을 주기 때문이다. 남는 시간은 전통거리 여기저기를 돌며 시간을 보냈다.

 교토에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키요미즈테라(淸水寺)가 가장 하이라이트다. 이 절은 139개의 기둥으로 절벽 위에 바로 세워진 절로 보기에도 아찔하다. 절 마당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떨린다. 이 청수사에서 40일 또는 100일 등의 기도를 마친 신자가 절 마당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풍습이 있단다. 이 때 죽으면 극낙행이고, 살아남으면 부처님의 은혜를 받은 것이란다. 굽은 길을 따라 언덕 아래로 내려와서 위를 보니 천 길 낭떠러지다. 이곳에 떨어져 살 수 있을까 싶다. 거기다 언덕 아래 부분에 뾰족한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놓아 요행히 살아남은 사람도 대창에 찔려 죽을 수밖에 없도록 해 놓았다. 잔인의 극치 아닌가?  '오토와노타키' 폭포가 있다기에 왠 폭포냐? 했더니 인공으로 몇 개의 물줄기를 만들어놓았다 꼭 어린아이 오줌줄기 같다. 여기서도 미신이 작용했다. 이 물을 양철 국자로 받아먹거나 손과 얼굴을 씻으면 지혜와 장수를 얻는단다. 문제는 아직도 그걸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은 곳곳에 미신적인 신물들이 널려 있다. 조그마한 돌 신이나 무당 집을 연상케 하는 무속물들이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지켜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세째 날은 다시 오사카로 돌아가서 오사카성(大阪城)에 들어갔는데 이 오사카성은 구마모토성(熊本城), 희메지성(姬路城)과 함께 3대 명성의 하나로 토요도미히데요시(豊臣秀吉)가 건축한 성이다. 밖에서 볼 때는 성벽만 보였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화강암과 같은 단단한 돌이 귀한 이 나라에서 이 거대한 성을 쌓기 위해 지방 유지들의 가문에서 돌을 기증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돌들의 크기나 문양들이 조금씩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절을 지을 때 기왓장을 기증해서 기증자의 이름을 써 넣는 것이랑 비슷했다.

 성벽 밖과 성벽 안은 깊은 해자를 파서 방어선을 만들어 놓았다. 이 물은 인부들이 길러다 부은 것이란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을까? 착취의 현장을 보는 것 같다. 구마모토성도 그렇지만 이 오사카성도 우리의 기술자를 끌어들여 쌓았다고 하니, 이들의 횡포가 여기서도 드러났다. 성 안의 건물들도 거대한 규모와 건축 양식이 우수했다. 임진왜란의 전범 토요토미도 결국 이 성에서 죽고 그의 아들도 신하의 칼날에 이슬이 됐다니 인생무상이다.

 교토와 더불어 일본 문화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나라'가 있다. 일본이 처음 건국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이곳의 볼거리로는 '동대사'와 더불어 방목되고 있는 사슴공원을 꼽을 수 있다.

 동대사는 높이 약 15M 무게 380톤의 금동 좌불 상이 내부에 모셔져 있는, 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이다.

 동대사 가는 길에 사슴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사슴들은 생긴 모습의 청순함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붙어서 치근댄다. 과자를 금방 주지 않으면 옷을 물어뜯기도 하고 과자 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절 앞 풀밭에 사슴 공원이 있다는 건 특이하다.

 절 안에 모셔진 불상의 큰 규모는 중국 소주의 영은사에서 본 불상과 비슷한 것 같다. 특징은 이 절의 부처가 색깔이 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자한 모습은 없고 옆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과 비슷하게 험상궂은 모습이다. 이 절의 큰 기둥 밑에 구멍이 하나 있는데, 그 구멍은 실수로 잘못 뚫어진 것이란다. 그걸 감추기 위해 그 곳을 통과하면 무병장수한다는 말을 퍼뜨렸다, 미신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개구멍 같은 그 구멍에 밀어 넣어 그곳을 통과하게 했다. 실제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 무리가 담임의 지도하에 그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과학이 발달한 일본에서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까지 비과학적인 일에 참여하게 할까? 정말 아이러니하다. 과학과 미신이 동시에 일본인을 지배하는 것인가? 아님 화산 폭발에 대한 원천적인 불안 때문에

 잡신이라도 의지하려는 것인가?

 일본인의 합리적인 사고와 우수한 시민의식, 타인을 배려하는 양보정신, 깔끔한 위생정신,  이런 장점은 많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잡신을 의지하는 정신은 하루 속히 청산해야 할 것이다. '정신적인 건강은 우리 민족이 우수하다.'는 생각에  어깨가 펴진다.

 일본은 가까운 나라다. 그러나 과거사로 얽힌 감정과 독도 문제로 민감한 관계에 있다. 하루 속히 과거를 청산하고 동반자로서 거듭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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