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흐른다.
이번 일정은 중국의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을 둘러보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오르는 것이다. 벅찬 감정이
미처 가시기 전에 우리 일행을 실은 비행기가 순식간에 베이징 공항에 내려앉았다. 한 시간을 벌어들인 우리들은 여유롭게 중국 역사 속에 발을 내 딛는다.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가 묵은 지처럼 우리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시간의 더께가 무겁게 내려앉은 거대한 자금성 문 앞이다. 붉은 색의 지붕이 빽빽이 도열해서 위협적으로 노려보고 있다.
이들의 역사는 과거 우리의 역사위에 칡넝쿨처럼 얽혀 있다. 때로는 형제라는 이름으로 어깨를 내 주었고, 또 우리의 가슴팍에 무수한 도마질을 해댔다. 그 주인공들이 이곳에서 기세를 떨쳐댔는데…. 이미 역사는 이들과 함께 흘러갔다.
'자금성' 이름만 듣던 그 궁궐에 들어가려고 여름 뙤약볕 아래서 비지 땀을 흘리며 줄을 섰다. 지금은 입장표만 내 밀면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명나라나 청나라 시대에 우리 조선의 사신들이 들어가려면 얼마나 높은 관문을 통과했을까 짐작이 간다. 오금인들 바로 펼 수나 있었겠나!
황제가 드나들었다는 정문인 오문으로 들어섰다. 명과 청의 영화와 비운을 간직한 자금성은 6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곳에서 24명의 황제가 군림했던 자취를 더듬어 본다.
명나라의 3대 황제 '영락제'에 의해 건립돼서 청의 마지막 황제 '선통제'까지 이곳에서 흥망성쇠를 겪었다.
1925년부터는 고궁박물관으로 개관해서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건물들이다. 이 건물들이 800여 채나 되고 방도 9000여개가 된다고 하니 중국인의 큰 배포에 또 한 번 놀랐다.
이런 영화의 뒤편에는 비극의 역사도 쌀의 뉘처럼 섞여 있다. 청나라 말기의 '광서제'가 서태후에 의해 유폐됐던 방이 무거운 자세로 앉아 있다. 밖에서 볼 때는 아름다운 창살 무늬의 방이라 평범하게 보이지만 내면에는 칠흑 같은 어두움이 황제를 가두고 있었다고 한다. 암흑의 공간에 유폐된 것도 모자라 결국은 독살까지 당하게 됐다. 이런 끔직한 일도 이곳에서 일어났다니 어둠의 세력은 어딜 가나 그 위세가 대단하다.
광서제가 서거한 다음 날 바로 서태후도 운명을 다하게 됐다. 권력의 유한함을 깨닫지 못하고 그 창과 칼로 마구 휘두른 만행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어서 청의 마지막 황제 '부의'가 3세로 왕위를 잇게 되는데, 이미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잡기에는 역부족이라 청나라는 영원히 흐르는 역사의 물결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600년의 역사가 더께더께로 앉은 자금성을 어찌 잠깐 사이에 볼 수 있겠나? 주마간산처럼 훑으며 우리도 역사의 흐름 속으로 들어간다.
이번엔 청나라 '건륭제'때 여름궁전으로 건립했다는 이화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청나라 말엽에 권력의 중심에 섰던 서태후가 거쳐하던 곳이라 더욱 유명해졌다. 천안문에서 북서쪽으로 19Km 떨어진 곳인데, 쿤밍 호수가 둘러싼 거대한 공원이다. 그 넓이가 290ha이나 된다고 한다.
전각, 탑, 정자, 누각들이 잘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공원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이 호수가 인공호수라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아름다움과 놀라운 기술을 자랑하는 이 공원을 건립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희생됐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들의 희생이 지금의 관광 수입을 올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호수를 따라 산책로를 걸어본다. 호수가의 석방을 꼭 나무처럼 만들어 놓은 기술이 돋보인다. 건물마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호수 너머로 눈을 돌리면 전통적인 중국 풍경이 눈 안에 가득 들어온다. 이곳에서 중국 문화 양식의 정통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발길을 돌린 곳이 그 유명한 '만리장성'이다. 만 리가 넘는 성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 공사라 한다. 총 길이가 6500Km에 달한다고 하니 중국인의 거대한 스킬을 느낄 수 있다. 한 편으론 이들도 두려운 게 있었다는데 위안을 얻어 본다. 시도 때도 없이 변방을 교란시키는 북방 민족을 어지간히 두려워했는가 보다. 그러니 만 리나 되는 성을 쌓아 그들을 막으려 하지 않았겠나?
이 만리장성을 이루고 있는 돌 하나하나가 모두 사람의 손으로 다듬어진 것이라니 놀라움에 입이 벌어진다. 인간의 손기술이 가미된 돌들은 여기서도 예술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공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그들은 모두 성 밑에 장사됐다. 그래서 이 만리장성이 세계 최대의 무덤이 됐다고 한다.
흘러간 역사의 저편으로 그들의 영화와 부귀도, 슬픔과 눈물도 흘러갔다. 우리들은 그들의 흔적을 찾아 내서 영화의 무상함과 시간의 덧없음을 배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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