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하늘문을 열고...

류귀숙 2018. 5. 20. 18:08

하늘 문을 열고…

산이란 바라만 보면 그저 산일뿐이다. 그러나 산을 오르면 그 느낌은 사뭇 달라진다. 산도 각각의 개성이 인간만큼이나 다양하다.

오늘 중국의 천문산을 앞에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이름이 말해주듯 이산에 오르면 하늘 문이 열릴 것 같다.

다양한 인간들은 터널 같은 계곡을 오르며 한 줄기 빛을 맞아 짜릿한 전율을 느끼기도 하고, 또 처음부터 갈비뼈 같은 등성이를 기어오른 후 한 숨 돌리며 계곡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바위나 나무들은 태고 적부터 그곳을 지키고 있었겠지…

인간이 이제야 알아채고 호들갑을 떠는 거다. 웅장한 자연의 품에서 호연지기를 맛보기도하고, 한껏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은 자연이 차려준 최대의 만찬을 즐기려고 이 중국 땅까지 몇 시간을 날아왔다.

기암괴석들이 키자랑이라도 하듯 우뚝우뚝 솟은 산을 향해 케이블카를 탄다.

굽이굽이 구절양장 같은 통천대도(通天大道)를 굽어본다. 시야에는 신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신비의 세계가 들어온다.

장가계의 산세는 수많은 돌기둥과 봉우리들이 마치 나무판에 양각으로 조각해 놓은 듯 절묘하다.

수많은 암석기둥들이 뿜어내는 신비가 몽환적이다.

이토록 수려한 풍광을 만든 창조주의 능력이 놀랍다.

한폭의 산수화 같은 이곳에 구멍이 뻥 뚫려 천국으로 향하는 문 같은 곳이 있다. 이름도 천문동(天门洞)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문산을 지으시고 이곳을 통해 하늘로 가시지 않았을까?

요즈음은 계단을 걷는 대신 케이블카나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다. 670m의 에스컬레이터가 7개나 이어져 있어 천하제일 사다리(天下第一梯)라는 간판까지 붙여놓았다.

이렇게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까지 편리한 도배를 해 놓아 쉽게 여행할 수 있어 좋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대자연의 신비가 인간의 욕심과 교만으로 조금씩 무너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신비스런 산 속에 인간들이 산을 이루고 있으니 이름 하여 인산(人山)이다. 인산은 매일 같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 몇 시간씩 줄을 서서 표를 사야만 올 수 있는 이산의 입장표를 보면서 이것이 천국 티켓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대로 인간이 자연을 조금씩 갉아먹다가는 도연명의 "도화원기"의 무대가 되었다는 무릉도원이 없어질까 두렵다.

서둘러 무릉원(武陵源)이라는 간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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