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들어서면 '요한시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의 잔잔한 선율이 흐르는 듯하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엔 골목마다 건물마다 음악이 녹아있다. 어느 골목 어느 카페에서 작곡가나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고, 작곡의 영감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곳곳에 그들의 체취가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우산을 받쳐 들고 '게른터너'거리를 걸어본다. 쉰부른 궁전에서 수준 높은 건축 솜씨에 놀라고, 벨베테레 미술관에선 유명화가 '구스타프 클립트'의 '키스'앞에서 그 예술성에 압도당했었다. 이제 이 거리를 걸어가며 이방인다운 해방감을 느낀다. 주위에 들어선 상점을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마침 부활절 축제 기간이라 거리엔 사람들로 넘친다. 나도 그들과 하나 되어 군중 속에서 고독을 즐겨본다.
발걸음은 어느새 슈테판 성당 앞에서 멈춘다. 화려한 성당 내부를 보니, 26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때 이 성당에서 8세의 '하이든'이 성가대에 앉아 있었지…. 그는 어린 나이에 성가대에 뽑혀 아름다운 소프라노로 성가를 불렀다고 한다. 그 후 하이든은 변성기를 맞아 성악은 그만 두고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됐다.
이 거리를 모차르트, 하이든, 요한시트라우스 등의 여러 음악가들이 거닐었겠지…. 상점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좁은 거리를 걸으며 그들의 발자국 위에 나도 발자국 하나를 찍어 본다. 잡화상에 들러서 초콜릿 한 통 사서 달콤한 맛을 음미하며 감미로운 음악에 취해본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비엔나를 중심으로 수많은 음악가가 작곡을 하고 연주를 했던 그 기운들이 이 공중 공기 속에 퍼져 있는 듯하다.
알프스의 산자락에 위치한 잘츠캄머굿에는 모차르트의 외가가 있다. 그 건물은 현재는 기숙사로 쓰이고 있다. 동화 속 같은 마을에서 자란 모차르트 어머니는 이 곳의 기를 모아 모차르트 같은 천재를 낳았나 보다. 모차르트 누나도 그 음악성이 보통은 아니었다고 한다. 2000m이상의 높은 산과 76개의 호수가 조화를 이룬 곳에 빨간 지붕의 집들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산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다. 이곳이 또 그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뮤지컬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다.
잘츠부르크는 북쪽의 로마라고 불릴 만큼 중세 건물이 많다.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다는 대 성당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도시에 대한 추억은 구 시가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호엔잘츠부르크성에서 시작한다. 성에서 내려다본 잘츠부르크성에는 중세의 역사가 빨간 지붕위에 살포시 앉아있다. 현대식 건물만 보아온 안목으론 중세풍의 빨간 지붕만 봐도 아름답고 신비롭다. '게트라이데'거리를 걷고 있는 내가 혹시 중세 사람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중세로 넘어온 것인가? 게트라이데 거리에서 아이쇼핑을 하며 모차르트 생가 앞에 섰다. 생가라고 해서 빨간 지붕의 아담한 2층 집을 상상했는데, 노란 색의 건물로 지금의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 같이 생겼다. 이 중 한 칸을 세 얻어 살았다고 한다. 이 위대한 음악가가 이 집에서 태어났으니, 이 거리를 무대로 성장했을 것이다. 주위의 모든 환경이 모차르트의 작곡에 한 몫 하지 않았겠나?
잘츠부르크에서는 선율에 취한다. 골목마다 모퉁이마다 모자르트의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아인슈타인은 "죽음이란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며 모차르트를 높이 평가했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장인 미라벨 정원은 주요 장면인 도, 레, 미송을 부른 장소다. 바로크 양식의 건물 앞에 탁 트인 정원에서는 꽃 잔치가 한창이다. 흐드러진 꽃 속에서 꽃처럼 입을 벌리고 사진을 찍었다. 한 줌 햇빛이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이 넓은 정원 마당을 아이들과 함께 뛰노는 마리아의 평화로운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교시절 이 영화의 장면들을 보며, 천상에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여길 오다니! 정원 벤치에 앉아 잠시 상념에 젖어 본다. 이 정원의 대리석 방에서는 모차르트가 실제로 연주했다고 한다. 정원을 거닐며 도, 레, 미송과 에델바이스를 흥얼거려 본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모차르트의 선율과 사운드 오브 뮤직의 혼적들이 곳곳에서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번에 찾은 비엔나와 잘츠캄머굿 그리고 잘츠부르크는 고풍스런 멋이 흐르는 낭만의 도시였다. 잘츠부르크는 '소금 성'이라는 독특한 의미를 지닌 도시다. 이 도시는 소금광산으로 부를 축적했고, 그 경제력이 예술의 꽃을 피우는데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본다.
대형 버스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고 쓴 차가 지나간다. 아마 촬영지를 투어 하는 버스일 것이다. 한가롭게 전기버스가 오가는 시내를 걸으며 음악에 흠뻑 취해본다. 이제 오스트리아를 뒤로하고 또 다른 여행지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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