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 장미의 계절에

류귀숙 2013. 5. 27. 08:39

 

       <이 장미의 계절에>

  울타리 밖으로 올망졸망 고개 내민 새 빨간 웃음들은 청소년들의 해맑은 웃음처럼 싱그럽다.

 길을 가다보면 학교 울타리에 올라서, 또는 아파트 담 사이 틈새로 고개 내밀며 길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강한 손짓 아닌가!

 신이 처음 장미를 만들었을 때 사랑의 사자 ‘큐피드’가 장미의 아름다움에 취해 키스하려 했는데, 그 때 벌이 그를 쏘고 말았다.

 이 때 ‘비너스’는 ‘큐피트’가 안쓰러워 벌을 잡아 침을 빼서 장미 줄기에 꽂아두었다.

 그 후도 ‘큐피드’는 여전히 장미를 사랑했다고 한다.

 독일 시인 ‘릴케’도 애인 ‘루살로메’에게 장미를 선물 하려다 장미 가시에 찔려 파상풍에 걸렸는데, 고생하면서도 결국은 장미원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가시에 찔리면서도 장미를 사랑한 '큐피드'나 장미 가시에 찔려 병든 몸으로 장미를 바치려 했던 '릴케'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의 자세를 생각해 본다.. 

 좋은 점만 보고 사랑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시마저도 사랑 할 수 있는 사랑이 참 사랑 아닐까?

 사랑의 원자탄 '손 양원 목사님'의 사랑은 자식을 죽인 자를 양 아들로 삼아 사랑한 좋은 실천의 본보기이다.

목사님은 일제 때 신사참배 거부로 심한 옥고를 치르신 분으로 유명한데 여순 반란 사건 때는 공산당 청년에게 두 아들 동신과 동인을 한꺼번에 잃었다.

 그 청년은 아들의 친구인데 사상 문제로 친구인 동신을 죽이고 저항하는 동생 동인도 죽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 텐데 목사님은 아들을 묻고 주일 예배를 드리는 기도에서 원수를 살려 달라고 눈물로 기도했다. 원수를 살리기 위해 두 아들을 죽인 '안 재선'을 양자로 삼아 진정한 용서와 사랑을 보여줬다.

사랑의 원자탄을 맞은 안 재선은 참회의 삶을 살면서 자신의 아들을 목회자로 길러 냈다.

 목사님은 6.25사변 때 공산당에 의해 순교 당하셨다. 한센병자들을 돌보기 위해 피난하면 살 수 있었는데도 그들과 함께 하려고 애양원을 지키다 결국 공산당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원수를 사랑한 이 목사님은 사랑의 원자탄이 되어 후세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장미 터널 속에서 재잘거리는 소녀들이 보인다. 재잘거림 따라 눈길이 머무는 곳엔 장미보다 더한 싱그러움이 있다. 청소년들이 웃고 떠들며 뛰노는 곳으로 눈길을 돌려 본다. 거기엔 초여름의 햇살처럼 눈부신 젊음이 창공을 향해 힘껏 내닫고 있었다.

 5월의 끝자락에서 6월에 이르기까지 장관을 이루는 장미의 향연은 눈부신 햇살 아래서 마음껏 정열을 발산하고 있다.

  장미의 열정과 눈부신 아름다움을 감히 누가 외면하겠는가. 그러나 그 가시는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가시는 이 시대의 아픔이다.

 청소년들의 싱그러움 뒤에는 그 가시에 찔려 신음하는 다른 청소년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의 가시에 찔려 시들어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들이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장미꽃 보다 더 아름다운 청소년들이 장미 가시 보다 더 강한 가시로 친구를 찌르고, 부모를, 선생님을 괴롭히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장미의 계절에 우리들은 장미의 가시도 사랑하고 감 쌀 수 있는 참 사랑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왕따를 시키고 친구를 괴롭히는 삐뚤어진 아이도 이 사회가 외면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렇게 삐뚤어지지 않게 이 사회가 사랑을 베풀어야 할 때다. 가시에 찔린 자도, 찌른 자도 모두 사랑 할 수 있는 참사랑이 이 사회에 퍼져가길 희망한다.

 퇴직한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 딸아이와 의견 충동이 있을 땐 어김없이 달려들어 말참견을 한다. 또 삼시 세끼 밥을 요구하며 날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감싸고 보듬어 사랑 할 수밖에.......

 사랑의 원자탄이 내 마음의 짜증을 녹여, 둥글둥글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담장 너머로 지켜보는 새 빨간 장미를 보면서 이 장미의 계절에 우리의 가슴에 장미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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