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중국에서 날아온 파랑새

류귀숙 2013. 5. 31. 10:26

       <중국에서 날아 온 파랑새>

  엄마를 '언마'라고 부르는 눈 크고 키 큰 중국에서 온 아이!

  그 애가 내 품에 안긴 건 3년 전 어느 봄날이었다.

  먼 여정에서 돌아온 한 마리 파랑새의 모습으로 나에게 나타난 그 아이!

 그 아이의 이름은 萍萍(평평) 중국 발음으로는 '핑핑'이다. 그 뜻은 부평초라는 것이다.

 정말 이름대로 그 아이는 중학교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남경, 북경 등 중국 전 지역을 떠돌다, 이렇게 한국으로 떠밀려 오게 됐다.

 그 애의 고향은 서안과 가까운 '난주'라는 곳인데 소프트볼 선수로 중국에서는 꽤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핑핑'은 남경 대 총장 추천으로 금오공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려고 우리나라에 왔다.

  어느 날 구미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나의 중국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데려온 아이다.

  그 애는 큰 키만큼이나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한. 중 무역을 통해서 거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료 후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치 여행에서 돌아온 내 딸처럼 포근했고 발랄한 성격과 긍정적 사고가 내 맘에 꼭 들어 곧바로 딸이 되었다.

 구미로 가서 한 달에 한두 번 그 애를 데려와 주말을 보냈는데 외국말이 서툰 부분은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졌다.

 빈방을 그 애 방으로 꾸며놓고 2박3일간은 밤새워 얘기하며 자신의 거울로 서로를 비쳐보게 됐다.

 중국인은 불결하고, 속이고, 돈 만 밝히고, 정치적으론 옛 부터 종주국으로 군림한 나라, 등의 덕지덕지 앉은 때들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군더더기를 벗겨내니 시야가 넓어졌다. 나의 왜곡된 생각들도 바로 잡혀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과거의 고리타분한 생각들을 날려 보내고 나니, 오로지 현재와 미래만 보이기 시작했다.

 진실하고 순수한 그 아이를 통해 거대한 중국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그들은 밀어낼 수도 떼어낼 수도 없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조상 때부터 관계를 맺어온 이웃사촌인 것이다.

 요즈음 이슈가 되고 있는 동북 공정이니, 북한을 지지하는 듯한 중국 정치권의 태도 등의  얼룩진 모습은 보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그 애는 나의 딸이고 나의 이웃이다.

 눈부신 햇살을 가슴으로 받으며 오늘도 그 애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 길은 항상 설레는 마음도 따라간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우리와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아이다. 지금은 작은 여행사에 근무 하면서 중국인이 들어올 수 있는 입구를 넓히려고 애쓰고 있다.

 "언마 중국 기업인들도 한국으로 데려올 거예요. 또 골프 마니아들도요." 이런 말을 하며 그 큰 눈을 반짝였다.

 핑핑은 우리 막내딸 보다 한 살 적은데 처음엔 친구처럼 잘 지내더니 요즈음은 우리 막내가 그 애를 시샘하는 눈치다. "엄마 외국인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우리나라 돈 다 벌어가요." 하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나는 중국 딸 핑핑이 애국심이 강하고, 긍정적 사고를 가졌다고 늘 부러워했었다.

그 애는 문화혁명을 일으켜 많은 지식인을 죽이고 국민들을 힘들게 한 '마오쩌둥'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도, '그때는 그때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있었지 않았겠느냐. 또 그 공적이 더 크니 실책을 너무 탓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난 그 아이의 국가관이 부러웠다. 어쩜 이렇게 어른스러운 사고를 가졌을까.

상대적으로 우리 애들은 우리나라의 모든 여건에 불만을 표시하고, 특히 정치권에 대해서는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다. 이런 반항적 사고가 마치 젊은이의 표상인양 인식하며 지도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거부감을 나타낸다. 때로는 이유 없는 반항까지 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점이다.

우리 아이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바른 국가관을 가졌으면 했는데 딸아이 말을 듣고 보니, 우리 젊은이들도 영 맥탕은 아니라 마음이 놓인다. '이들도 외국에 가서는 애국심을 발휘하겠지.'라는 기대를 해도 좋겠다.

 나는 딸아이에게 좀 더 앞서가는 안목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우선 몇 푼의 돈이 나가는 것을 보지 말고, 그 아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음을 강조했다.

그 애가 우리에게 많은 일을 해 줄 일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핑핑의 어깨에 매달린 13억 인구가 우리에게 많은 재산으로 작용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핑핑이 홍보 대사가 될 때, 우리를 향한 물고를 터 줄 때,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큰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될 때다.

 글로벌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 나라 발전에도 개인 성장에도 도움이 됨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한국에 온 외국인 한 명에게 잘 해 주는 것이 본토를 찾아가 수백 명에게 홍보하는 것보다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핑핑을 통해 더 큰 중국을 본다. 그 아이 또한 나를 통해 한국을 볼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받는 비익조처럼 창공을 향해 비상하고 싶다.

 어차피 글로벌한 세상에서 외국인 친구와 짝패가 될 수 있음은 금상첨화이다.

오늘도 핑핑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에선 어눌한 한국말이 들린다. "언마, 언제 올 거예요? 더워서 어째요?"

 그 어눌한 말소리도 귀엽고, 큰 키, 맑은 눈동자도 사랑스럽다. 인간의 감정은 국경을 초월하나 보다. 

 나는 핑핑을 통해 많은 중국인과 교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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