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그랜드캐니언

류귀숙 2016. 5. 7. 09:00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

 그 속에 숨어 있었다. 창조주의 오묘한 비밀이….

 사막을 지나면서 지루한 여정에 지쳐 보물찾기를 포기하고 싶었다. 그때 눈앞에 보물이 나타났다. 그 사막의 끝자락에 이렇게 위대한 보물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애리조나 주 북부 모하비사막이 끝나는 부분에 수줍은 듯 숨어있었다. 거대한 흔들림이 소용돌이 되어 휘돌던 날 절묘한 모습의 협곡을 탄생시켰다.

 학자들은 콜로라도 강의 흐름이 침식작용을 해서 생겼다고 한다. 어디 침식작용이 이루어진 게 여기뿐이던가! 하필이면 이곳에 아름다운 협곡이 생겼을까? 콜로라도 강 혼자의 힘이었을까?

 웅대한 용량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취해서 입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가 없다.  단지 와서 직접  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

 죽기 전에 한 번 가봐야 할 곳 중 첫 번째 손가락에 올라앉은 그랜드캐니언이여!

 오늘 이 작을 발자국을 그랜드캐니언 Mather Point(중심 포인트 중 하나로 사진 찍는 곳 ) 바위 위에 찍고 간다. 승리의 V자를 그리며그랜드캐니언을 뒤 배경으로 셔터를 눌러 본다.

 신비의 세계! 그 거대한 세계 속에서 한 점에 불과한 내 육신이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나!

 오늘 이 거대한 자연의 품에 안겨, 한껏 고조된 마음에 날개까지 달아 본다. 한 마리의 새가 되어 이 협곡을 훨훨 날고 싶다. 마침 나의 날개가 돼 주기로 한 경비행기가 오늘 순조롭게 뜰 수 있단다.

 경비행기에 올라 앉아 한 마리 새가 된다. 좀 더 자세히 살피려고 독수리의 눈처럼 크게 부릅뜬 눈으로 협곡을 주시한다.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순간들을 눈 속에 가두고, 가슴에다 심고, 또 카메라에 담는다. 나의 날개가 된 비행기가 서서히 신비 속으로 들어간다. 입이 '딱' 벌어진다. 말문이 '컥' 막힌다. 눈을 비비며 앞을 본다. 협곡의 장관을 연출한 저 재료들이 무엇인고? 돌인가? 흙인가? 그렇담 돌과 흙이 어떻게 이런 모양과 색깔을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군데군데 푸른 나무들의 군락도 이 협곡에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콜로라도 강을 위에서 보니 아주 작은 실개천으로 보인다. 마치 뱀이 기어가듯 태고의 신비 속에서 생명체로 꿈틀댄다. 여기에 햇빛까지 비치니 붉은 협곡과 초록의 강이 더욱 더 신비스럽다.

 학자들은 이 협곡이 20억 년 전에 생성됐다고 추측했다. 콜로라도 강의 빠른 흐름이 침식작용을 한 결과라고 했다.

 아무리 강의 흐름이 오랜 기간 침식작용을 해서 만들어 졌다지만 이건 단순한 침식작용이 아닐 것이다. 어찌 강이 흐르면서 이렇게 장대하고 기묘한 구릉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이건 인간이 무지해서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교만이다.

 작달막한 덤블트리만 자라는 끝없는 사막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것도 예사 일이 아니다. 모하비 사막 끝에 이런 빛나는 보석을 감춰놓다니! 인간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위대함 앞에 겸손해 지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 뺏고 뺏기는 야욕의 인간을 염려해서 피울음을 토했을 것 같은 붉은 돌 언덕과 마주한다. 기기묘묘한 모양들을 만드신 창조주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멀리 협곡 아래로 콜로라도 강의 지류(支流)가 흐른다. 작은 실개천은 모이고 모여서 콜로라도 강으로 흘러들어 또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탄생했다. 붉다는 뜻을 가진 이 강은 협곡에서 떨어져 나간 붉은 흙들이 흘러 들어가 '콜로라도'라는 이름이 됐단다.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날개 달고 가까이 가보니 그 또한 아름다움이었다.

 이 대협곡의 길이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라니 그것도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부분만 봐도 이렇게 장대한데 처음과 끝을 다 본다면 그 장대함에 놀라 정신도 못 차릴 것 같다.

 누가 이런 작품을 창조했나? 아님 저절로 생성된 것인가? 분분한 의견 가운데 자연적으로 일어난 침식작용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잃고 있단다. 그 예로 침식에 의해 생성됐다면 강 하구에 퇴적으로 이루어진 삼각주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또 이 협곡에는 지구의 나이에 해당하는 모든 연대의 지층이 있다고 한다. 이 사실도 침식작용의 이론을 뒷바침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학자들은 이를 표본으로 지질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아무리 큰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신의 능력에 도전할 수 있을까?

 작년에 다녀온 스페인에서는 인간의 능력에 탄복하며 탄성을 질러댔다. 신의 능력에 근접한 인간의 작품을 보면서 창조주의 존재를 잠시 잊었다.

 가우디의 작품 앞에서 '가우디 만세'라도 부를듯 그를 찬양했다. 이름 있는 많은 성당 건축물 앞에서는 신의 영감을 얻은 훌륭한 작품이라 입을 모았다. 그런 뛰어난 작품들도 신의 위대한 작품인 자연 앞에서는 한낱 어린 아이 같은 몸짓에 불과하다.

 인류가 이 땅을 살면서 많은 작품들을 창작했다. 인간의 작품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작품들도 많았다. 그래서 7대 불가사의란 말도 나왔다. 피라미드, 콜로세움, 만리장성, 베드로 대성당 등 수많은 걸작품을 창작했다. 그러나 어찌 신의 작품과 비교할 수 있겠나?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하찮은 욕심이 발돋움을 하고 신비의 일부를 기웃댔을 뿐이다.

 우리 일행은 그랜드캐니언의 위대한 작품 앞에 잠시 머물 뿐 또 발길을 돌려야 한다. 다음 코스는 동부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그 곳에는 세계적인 도시 뉴욕과 워싱턴 DC가 있다. 인간 전시장 같은 그곳에서 인간이 만든 작품을 보고 감탄할 것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 백악관 등의 건축물에 빠져들 것이다.

 이것들을 만든 인간이 바로 신의 피조물 아닌가? 이 또한 결국은 창조주의 작품이란 말이다.

 피조물인 인간의 입장에서는 위대한 신의 창작물인 자연에 흠집을 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신의 아름다운 세계를 오염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앞으로의 일정을 위해 발길을 돌린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마용 허수아비의 노래  (0) 2016.06.07
중국에서 길을 묻다  (0) 2016.06.05
나 미국에 간다  (0) 2016.05.06
해병대여 영원 하라  (0) 2016.05.05
나이아가라 폭포  (0) 201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