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외로운 길

류귀숙 2013. 6. 20. 12:42

         <외로운 길>

 보편적 사고나 삶은 그 시대의 주류가 되고 그 주류에서 벗어난 사유(思惟)를 가진 자는 가시 밭 길을 걸어야 한다. 즉 한 발 앞서서 또는 한 치 높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는 주위의 무수한 화살과 질책을 막아 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 의식에 뿌리를 두었을 때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가 주류가 되고, 진보적 사고를 가진 자는 외로운 왕따의 길을 가야 한다.

 서양에서도 '코페르니구스'가 지동설을 주장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을 보면 그 길은 예나 지금이나 동 서양을 아우르는 외로운 길인 모양이다.

 요즈음 내가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꽃들의 전쟁'이라고 조선조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궁중 여인들의 권력 암투를 다룬 내용이다.

 난 여기서 그 시대에 보기 드문 선구자를 보면서 그 외로운 길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소현 세자'로 청국에 볼모로 끌려 가 9년을 지내면서 서양 문물과 청국의 인재 등용의 공평성을 보았고,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자 했던 선구자이다.

 조정 대신들이 망해가는 명에 대한 의리로 발전한 청국을 오랑캐라 치부했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비극인 '병자호란'을 초래했다.

 전쟁에 패한 조선은 이름 하여 '삼전도의 치욕'을 당해야 했다.

 오랑캐 왕 앞에서 선비라 자처하는 우리의 왕이 머리를 찧으면서 항복하는 모습을 지켜 본 세자는 치욕을 탈피 하고자 그들을 연구 했고, 또 그들을 앞서고자 앞날의 청사진을 제시 했다.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 인조는 세자가 청국 풍습을 따르며, 아버지의 북벌에 대한 열망을 저버린 것이라 치부하고, 급기야는 아들을 죽이는 비정한 아버지로 역사를 장식하게 됐다.

 볼모로 간 왕자가 반항만 하고 있었으면 온전히 살아왔겠는가?

 또 한창 떠오르는 태양 같은 청국을 어떻게 패전국인 작은 나라가 막아낼 수 있었겠는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의 자존심만 생각한 임금이었다.

 아들의 진심을 외면한 채 청국의 풍습을 따르며 아버지의 소망을 저버렸다고 치부하는 인조가 원망스럽다.

 시대의 영웅을 아버지인 인조마저 외면하게 되니, 덩달아  자신의 권력을 잃을까 염려한 대신들도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데 한 몫을 하게 된다.

 중국 고사에 이런 말이 있다. '백락이 있어야 천리마를 알아본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백락'이라는 천리마를 잘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만 천리마가 제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인재가 있으나 그를 알아주는 군주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버려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소현 세자가 그 당시 왕위를 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1600년대에 이런 앞서가는 생각을 가진 임금이 정치를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동양의 어느 나라 보다 과학이 앞섰을 것이고, 민주정치가 이루어졌을 것이며, 실학을 앞세웠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200년 후인 1800년대에 일본을 비롯한 승냥이 떼에게 잠식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강대국 등살에 국토가 동강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생각에 여기에 미치니 당시 임금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무지함과 권력욕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인재가 채택되어 우리민족에게 영광을 안겨주신 분도 계신다. 바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임금이시다. 그 분은 반대자의 방해 속에서도 힘겹게 한글을 창제 하시어 오늘날 우리 민족이 문화민족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신 분이다. 

 앞을 내다보는 안목으로 국경 문제도 기록해 두셨다. 문제가 되고 있는 남쪽 국경과 북방 경계선을 그 당시 확보해서 세종실록에 기록해 두신 것이다.

'그 때 세종임금께서 즉위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해 보면 정말 아찔하다. 우리글을 가지지 못한 하등민족의 대열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았을까.

 세종임금이라는 천리마를 알아보신 아버지 태종임금은 진정한 '백락'이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좀 앞서 가고 남보다 뛰어난다 싶으면 그를 폄하하고, 왕따 시키고, 갖은 구실을 만들어 퇴출시키려 한다.

 최근 학원가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집단 따돌림의 정서도 남의 장점을 못 봐 주겠다는 심리가 많은 부분을 자극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정치권이든, 회사든, 학원이든, 무리들과는 다른 독특한 주장을 하며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시대도 이들의 재능을 알아주는 '백락'이 필요할 때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남북 관계도 눈앞의 이익이나 당리당략 보다는 장래를 보는 앞서가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전에도 당파싸움으로 나라의 어려움을 몰고 왔고, 앞서가는 사람을 모함해 자신의 이득을 챙긴 역사는 우리나라 역사에 흔하게 등장한다.

 아직도 그 때의 추한 꼴을 보이고 있는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세비를 축내고 있어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 천리마를 고르게 하는 권리를 부여했으나, 인재를 뽑지 못하고 소인배들만 뽑아 국회로 보냈으니, 자신의 임무가 싸움질인 양 착각하고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백락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의 무지함 때문인 것을.....

 우리 국민들이 인재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되지 말고 앞 선 자에게 칭찬과 격려의 한마디가 아쉽다.

 잘하는 것을 잘한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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