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영원한 제국 작가:이인화 *1995년 6월 30일 상영
<한바탕의 꿈>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어느 시대를 살다간 족적을 살펴보는 것이 역사라 한다면 여러 형태의 족적이 있을 것이다.
후세에 귀감이 되는 업적을 남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주와 원망의 대상이 되는 족적도 있다.
짧은 생애 동안에 이루어진 조상의 발자취인 역사를 더듬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후세에 칭송 받는 족적을 남겨야 할 것이다.
비교적 정확한 기록으로 인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선의 역사는 친근감을 줄 수도 있으나 별 흥미는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래서 "영원한 제국"이라는 조선의 역사 이야기에 별 기대를 걸지 않고 심심풀이 삼아 영화를 관람했는데, 화면을 응시하는 동안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보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역사물과는 판이하게 다른 각도에서 조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잘 알려진 비화로 사도세자의 불행한 죽음이 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정조의 평범한 이야기는 TV드라마에서도 많이 다룬 내용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루어진 "영원한 제국"은 우리 들이 알지 못했던 사실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조 임금의 개혁 의지와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왕권을 회복하고, 근대화를 추진하려 했던 점은 누구보다도 앞을 내다보는 군주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개혁을 꿈꾸는 정조 임금과 당리와 자신의 이득만 일삼는 노론 일파와의 첨예한 대결을 주로 다룬 내용이었다. 역사의 심판을 무시한 채 자신의 영달을 꾀하기 위해 저지른 살인 만행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을 주었다.
하루 동안에 일어났던 엄청난 일을 이인몽(이대교)가 죽음을 앞 둔 시점에서 회고한 형식으로 꾸며졌는데, 그 하룻동안에 일어났던 일은 근대사를 뒤흔들고 만 중대한 사건이었다.
규장각에서 숙직하던 검서관 장종오의 의문의 죽음을 중심으로 시시각각 닥치는 불길한 기류는 섬찟하기까지 했다.
김종오는 왜 죽었을까?
자연사로 몰아 부치는 노론 일파와 피살 쪽으로 의문을 품는 정약용과 이대교 그러면 그 피살 이유는?
의혹을 품은 이대교가 내시 이경출에게 맞아 쓰러지고 이경출 또한 내시감에 의해 살해된다.
또 궁중 밖에서는 전 영의정의 아들 채이숙이 천주학쟁이로 몰려 감옥에서 초죽음이 된 것을 정약용이 간신히 빼내어 온다. 그러나 그도 결국 숨을 거두게 된다. 선대왕의 '금등지사'란 말만 남기고......
하루 동안 3사람이 죽은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무시무시한 장면들을 보면서 추리, 공포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사건의 열쇄는"금등지사" 그러면 금등지사란 무엇일까?
그것은 선대왕 영조께서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후 노론 일파의 모함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식을 죽인 일을 후회하며 자신의 심정을 적은 책이라 한다. 그 책 속에는 시경 빈풍편에 나오는 <올빼미>라는 시도 수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자식을 죽인 아비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 외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영조 임금께서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 놓았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규장각에서 숙직하던 김종오의 주검 옆에는 '시경 천경록'이라는 공책이 있고 그 공책엔 '올빼미'시가 적혀 있었다.
전날 임금께서 선대왕 어필을 정리하라는 부탁을 장 종오에게 했었다고 한다. 그러면 장종오는 <금등지사> 즉 선대왕의 어필 때문에 피살 되었다는 것이 된다.
장종오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는 질식사로 나오고 정참의와 이대교는 장종오가 숙직한 방 아궁이에서 석탄 타다 남은 것을 발견해 임금님께 보고했다. 정조께서 내시감을 불러 이경출을 살해한 경위와 석탄에 대해 이야기 하자 돌연 임금께 단검을 휘두르며 시해 하려고 한다. 요행히 임금을 겨냥한 단검은 빗나갔으나 어전에서 피 비린내 나는 난투극을 벌이다 결국 내시감의 몸은 두 부분으로 갈라진다. 너무나 끔찍한 장면이지만 실감과 스릴도 만점이었다.
이젠 장종오의 죽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장종오의 비밀을 아는 내시 이경출이 살해된 것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그러면 채재공의 아들 채이숙의 죽음은?
채재공은 영의정을 지냈고 선대왕께서도 총애한 어진 신하라 한다. 그 채재공이 죽은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은 때 그 아들 채이숙을 별 이유 없이 잡아와 모진 고문을 했기 때문에 숨을 거두게 됐다. 숨을 거두면서 금등지사의 행방을 알렸다.'이 대교의 전처 윤 여인에게 주었다'고 했다. 이를 알게 된 노론과 임금 측에서는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 채재공 집으로 모이게 됐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긴장감만 맴돌고 있는데, 과연 책은 누구의 손으로 갈 것인가? 책의 행방에 따라 흥망이 달라진다.
나는 제발 임금이나 이 대교 쪽으로 승리의 응원을 보냈으나, 결국은 중간에 소실되어 버린다. 역사의 중요한 자료가 이대교 손에 넘겨져 임금께 전해지려는 순간 노론 일파에 의해 책은 산산조각 나고 공중에서 분해된다. 이대교는 벼랑으로 떨어지고 정조 또한 그 후 승하 하시니 많은 옥사를 끝으로 정조임금이 꿈꾸던 영원한 제국은 한바탕의 꿈에 그치고 말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때 정조임금께서 노론 일파를 물리치고 그가 구사하는 강력한 왕권의 제국이 이루어졌다면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앞당겨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돌이켜보면 권력을 쟁취 하고자 투쟁하는 자나 또한 권력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는자 모두가 역사 앞에서는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은 것을......
영원한 권력 영원한 부귀는 어디에도 있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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